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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 ‘’보다 ‘연인생활소설’카테고리 없음 2022. 2. 19. 20:22
실패하거나 실패의 예감이 드는 연인들이 겪는 현대 도시의 생활 밀착적인 풍경
내일의 연인들 저자: 정연수 2014년 단편소설 '레바논의 밤'으로 창비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애호가들이 있다. 2018년, 2019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연애소설보다는 연인생활소설에 가까운, 연인관계의 시작과 지속, 그리고 마지막으로 넘어가기에는 표지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처음 보는 제목, 처음 보는 작가였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은 책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얼마 전 읽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겹쳐 보였다. 찾아보니 같은 표지 사진의 작가 작품이었다. 이외에도 시원하고 포근한 문체가 비슷했고 공기까지 솜사탕 같은 분위기가 서로 닮아 있었다. 현실의 문제에는 초월한 등장인물이나 반복적인 구조와 소재, 잘라낸 결말까지. 진짜 많이 닮았다.
8개의 단편에는 모두 연인들이 등장한다. 극중 1인칭 화자는 애인이 있었거나 있었거나 그를 잃을 예정이다. 화자는 계속해서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릴까 그리워한다. 대체로 과거가 현실에 개입하고 새로운 인물이나 사건에 의해 긴장이 확 풀리는 구조다. 과거가 자주 등장한 탓인지 과거를 현재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아주 쉽게 읽힌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분위기는 앞서 말했듯이 최고고. 설정이 좀 빡빡하지만 화자의 감정 표현이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특정 개인만의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내 이야기' 같았어
그런데 문제는 그 내 이야기가 화자가 아니라 극중 여자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분명 이 소설 괜찮겠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찜찜했다. 그 책을 읽은 독자들 중에는 "이 사람이 너무 상상을 많이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난 소설에 너무 이입을 했나 봐. 어쨌든 난 그렇게 느꼈어쨌든 난 그렇게 느꼈어.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자동적으로 과거의 몇몇 사람이 떠올랐다. 우리가 그런 상황이었던 건 아니지만, 어쩐지 쟤는 이런 감성일 텐데라는 소설을 읽다보면 걔가 진짜인데!라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설 속의 화자가 행하거나 행하기를 바라는 행위를 그 아이가 그렇게 한다면?(그래, 알고 있다. 상상을 너무 많이 했다.)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안돼!!! 절대 No!! 거기서 STOP!!
나는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하자" 타입이므로 <건축학개론>처럼 나중에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하는 것을 아예 절단,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데 기억 속의 '누구'를 대입해 소설을 진행했으니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또 소설 속 화자는 너무 이 시대의 보통 남자다. 나도 보통 여성이지만 그래도 멜로물이 있는 소설이라 매력적인 인물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화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반 보통 휴먼이다. 마음껏 밀고 나가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로맨스? 잘 모르겠는 그들의 감성은 <중경삼림>을 연상시켰지만 적어도 내게는 로맨스가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확실히 연애소설이 아니라 연인생활소설이다.
별 것 아니지만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이것저것 리뷰를 찾아 생각했다. 그만큼 소설이 사실적이다. 현실감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8개의 단편에서 또 공통적으로 나오는 메시지가 세상살이는 모른다 인연은 어쩔 수 없다 같은 허무 공허다. 모두 경험적으로 이 메시지가 자명하다는 것을 안다. 그 정도로 리얼이다.
이처럼 책 속의 화자들은 여느 우리와 같다. 매 소설에서 화자는 자신이 미숙하다고 느끼며 성숙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성숙해지려고 노력한다 나는 거기서 희망을 느꼈다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될 때도 있지만 그들이 지지부진하게 가려는 태도 자체가 좋았다.정영수의 실패한 (실패하는) 연인들, 그들은 자신을 미성숙하다고 느끼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소설을 통해서라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신 현 철(문학평론가)
아래 각각의 단편 리뷰&인상 깊은 부분, 구절. 좋았던 순서 : 우리 > 내일의 연인들 > 기적의 시대 > 더 인간적인 말 > 서로의 나라에서 >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 > 길을 찾는 서울 사람들 > 두 사람
우리들
그것은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설명하기보다는 그것을 다시 경험하는 것에 가까웠고 또 다른 해석을 불러일으켰고 우리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끊임없이 수정해야 했다
'나' 앞에 커플이 나타난다. 편집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그들의 책 출간을 도와달라는 것. 이들은 한심하게 사는 화자에 비하면 매우 어른스러워 보인다. 그들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도 나는 그들과의 인연은 예전과 다름없음을 보여주려 하고, 오히려 그들을 모방해서 내 옛 애인인 연경이에게 자신과 연경이 있었던 일을 적어 보내려 한다.가장 「중경삼림」과 같은 작품이다. 마지막에 화자의 '쓰는 행위'가 금손무가 조깅하는 장면과 겹쳐 보였다. 그런데 이 커플이 화자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커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들이 불륜이었기에 서로가 완전한 독립체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래서 그 뒤로는 단번에 등을 돌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2. 내일의 연인들
어머니 친구의 딸 선혜누나가 이혼해 집을 비운 새 집에 나가 산다. 화자는 자신의 애인인 지원과 그 집에서 생활하며 선애 누나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한다. (선애언니는 전남편과 결혼하기 전 그녀의 입원생활을 도운 지고인, 가난한 배우의 남자친구가 있었다) 선애언니도, 나도 공감한다. 선애 누나에 대한 오해는 우리 주변에서 (특히 연예인에게) 자주 나타나는 오해다. 그래서 결혼하자고 생각하기 전에는 제3자에게 짝을 소개하기가 망설여진다. 또한 나는 이상하게도 '언젠가 우리도 헤어지겠지'라며 늘 이별을 머릿속에 새겼던 것 같다. 왜 그럴까? 비극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접해서일까?
3) 더 인간적인 말
나와 혜원이는 윤리적 주제를 논쟁하면서 친해지고 결혼까지 하지만 정작 그 논쟁이 그들의 결혼생활을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화자인 '건강한' 이모가 유산을 남긴다. 고모는 담담하게 잠시 후 스위스에 가서 죽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좀 더 뻔한 소재지만 교훈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그들 부부에게 반종을 강하게 때렸다고 생각돼 그리 나쁘지 않았다. 책에 나오는 이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진짜 어른의 모습이다, 조카들과 마음을 터놓고 식물을 잘 키워 주신다)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인생, 불운한 것을 잘 상상하는 나. 오랜 친구의 백일된 아기를 보러 갔다가 아이를 땅에 떨어뜨리는 사고를 치게 된다. 이번엔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전개에 비해 빨리 끝난다. 화자는 자신의 슬픔에 갇혀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남남이다. 유정이의 아기는 어떻게 될까 아이 낳기가 두렵다.
기적의 시대〈건축학 개론〉과 같은 이야기. 화자와 아내는 서로의 연애사를 유혹하지만 그 중에서도 화자가 밝히지 않은 연인이 건축학개론의 주인공 영희다. 과거 영희를 소개해 주었던 친구 부부와 여행을 가면서 화자는 영희의 놀라운 근황을 알게 된다.화자의 학창시절 이야기는 참 풋풋하다. 나도 약간 영희같은 성격이라서 영희와의 마지막 통화대화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영희는 성중연선을 핑계로 나와의 만남마저 냉소적으로 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내게 머문 이름을 떠올릴 때 그녀를 제외하는 일은 없었고, 심지어 그 이름은 언제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6. 서로의 나라에서 나와 한때 썸을 탔던 조아현은 매일 SNS에서 일기를 남기는 사람이다. 어느 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조아현과 헤어지고 이후 수시로 그녀의 근황을 살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퇴사한 나는 베들레헴에서 조아현과 재회한다.내가 상상했던, 나에게 가장 있을 법한 이야기다. 이전, 다른 SNS로 5년, 10년 이상 전의 지인이 친구가 되어 놀랐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내 블로그 이야기를 할 때는 '자'(아니, 어떻게 알아?), '조아현'처럼 매일 '일기'를 올리지는 않지만, 전화번호를 '후'라고 부르며 쓰는 행위가 나와 정말 비슷하다. (분명히 아는 사람의 블로그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있었다) 다만 베들레헴에서의 일기도 그렇고...
7길을 자주 찾는 서울 사람들 월간 윤종신에 실린 3장 분량의 소설. 어떤 상황이며 분위기와 장면인지는 알겠으나 그걸로 끝이다. 순간적인 포착에 이야기를 덧붙인 느낌이다.
8명의 세계=1970년대 여공 이영선은 공구상가에서 일하는 하남영과 연애를 하고 폭행도 당한다. 헤어졌다를 반복하지만 결국 임신하고 결혼해 불행한 가정생활을 계속한다. 나는 그들의 아들이다. 만년이 되도록 이들 부부는 질투를 거듭하다 이혼을 반복한다. 나는 이 굴레의 연속을 끊으려 한다. 그 당시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이 폭력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이용선의 임신결혼 선택도, 결말 선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설 첫 문장처럼 당당했던 영선은 어디로 갔을까.
연인이 된다는 것은 두 인생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결별의 순간이 오면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어떤 사람은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돼 원래의 삶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잊어버리기도 한다."
내일의 연인들 정연수 소설집